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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밖의 사람들-백대기

by K. 그랜트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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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밖의 사람들-백대기

 

백대기라는 말을 난생 처음 듣고는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더니 백대기를 현관대기, 현관맨 또는 백대기로 부른다.

 

현관대기 & 현관맨

골프장마다 다르고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현관에서 손님들의 골프백을 내려주는 일을 하는 분을 "현관맨"이라고 부른다. 현관맨을 고용하는 골프장도 있고 캐디가 10~20분 정도 돌아가면서 현관에서 백을 내리는 골프장도 있다고 한다.

백대기

현관에서 내리 온 백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하는 업무로 경우에 따라 캐디가 10~20분 정도 백대기를 하고 근무를 나간다.

 

'백대기', 웬지 어색하고 낯설다.

오랜 동안 골프장을 다니면서도 누가 내 백을 내려주는 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1도 없었고, 심지어는 백대기 하시는 분들의 얼굴을 유심히 볼 기회도, 굳이 볼 필요도 없었다. 일명 골프장에서는 존재하지만, 골퍼에게는 지극히 관심 밖의 사람들이었다.

 

여태 골프장에는 골퍼와 캐디만 있는 줄 알았다.

캐디피가 비싸느니 늘 불평하면서도 라운드 전에 캐디와는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먹을 걸 건네기도 한다. 물론 버디라도 하는 날에는 웃음소리가 터지고 어김없이 캐디에게 버디피를 주는 건 오히려 골퍼들의 즐거움이었고, 캐디들이 상냥하고 친절할라 치면 팁을 주는 건 불문율이다.

 

물론 골프를 좋아해서 골프장을 가능한 한 많이 다녔고, 그럴려고 했던 본인의 이야기이면서 내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라운드를 기다리는 골프백들

 

우연한 기회로 백대기하시는 분들을 알게 되었고, 골프장에서 백대기는 캐디 못지 않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지만 그다지 양지 아닌 음지 속에 있는 듯한 사람들이었다. 골프백을 내리다 다쳐도(다반사라고 함) 그들의 탓이고, 골프백이 실수로 넘어지는 날에는 고객들의 눈치를 봐야하고 간혹 골프백이 넘어졌다고 손해배상을 입에 올리는 무뢰한을 마주하는 것도 오롯이 백대기의 몫이다.

 

(골프백이 넘어졌다고 손해배상을 하는 사람들, 골프를 치지 말지! 아이언은 아까워서 어떻게 디봇을 내는 지 참 의아하다!)

 

백대기의 평균 연령이 70대 전후인 걸 알면 더욱 더 놀랍고, 한 편으로는 존경스럽다. 

퇴직 후 아직도 몸을 쓰면서 일하는 백대기를 마음 깊이 볼 기회 덕분에 백대기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고 동시에 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어떤 백대기는 선생님이었기도, 어떤 백대기는 대기업 직원이었기도, 혹은 어떤 백대기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일이 힘들어서라기 보다는 아직은 젊고 고개가 덜 여문 사람들에 의해 상처를 많이 받는다는 백대기의 말을 듣고는 골프장에서 누군가 내 백을 내려 줄 때면, 이젠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들의 얼굴을  잠시나마 보려고 노력한다.

 

골퍼들이여, 백대기에게 따뜻한 눈빛이라도 보내고, 간단히 '수고하십니다'라는 말 정도는 건네보자(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어려운 일도 아니거늘 못할 게 무어랴!)

 

내가 건넨 따듯한 마음은 라운드를 하는 내내 긍정의 따듯함으로 내게 돌아오리라.

 

by K. 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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