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했던 박성현 선수"
침체의 늪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해 너무 너무 안타깝지만, 다시 LPGA 무대에서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믿는다.
장타와 슬럼퍼 간의 상관 관계성을 명확하게 입증하기는 그렇지만, 장타자가 슬럼프로 인해 비거리가 줄고, 줄어든 비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감을 떨어트리고, 떨어진 자신감은 숏게임에도 영향을 미쳐 긴 슬럼프로 빠져든다는 말에는 충분히 마음이 간다.
박성현 선수 화이팅!
장타를 잃어버린 선수들

박성현이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19년 6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이다. 그리고 그 해 8월 AIG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단독8위에 오른 뒤 ‘톱10’ 성적도 사라 졌다.
통산 7승째를 거뒀던 그해 박성현은 LPGA 한국 골프 역사에 새로운 기록 하나를 세웠는데, 바로 최장타 기록이었다. 그녀는 LPGA 무대에 진출할 때부터 장타자로 널리 이름을 날렸다. 2017년 7위(270.63야드)를 시작으로 2018년 6위(269.80야드), 그리고 2019년에도 평균 275.54야드를 날리면서 LPGA 드라이브샷 거리 순위 6위에 오르면서 3년 연속 ‘장타 톱10’에 들었다.
하지만 이후 어깨 부상 등으로 장타력이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2020년 30위(260.77야드), 2021년 38위(263.24야드), 2022년 41위(263.53야드) 그리고 올해는 현재 109위(254.93야드)로 뚝 떨어졌다.
그녀의 부진은 공교롭게도 장타력이 사라지기 시작한 때와 흐름을 같이 한다.
지난 해 잠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기도 했던 박성현은 올 시즌 6개 대회에 출전해 다섯 번이나 컷 탈락할 정도로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

이정은6. <사진 AFP연합뉴스>
박성현 만큼은 아니지만 이정은6도 올해 지독한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올해 6개 대회에 출전해 4개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의 쓴맛을 봤으니 말이다.
이정은6도 비거리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좀처럼 부진 탈출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정은6가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LPGA 무대에 진출한 2019년 드라이브 샷 거리 부문에서 34위(265.47야드)를 기록했다. 화끈한 장타는 아니었지만 체격 좋은 서양 선수들과 경쟁하기에는 그다지 부족하지 않는 비거리였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에는 주로 국내 무대에서 활약했고 2021년 46위(261.65야드)로 조금 장타 순위가 밀리더니 2022년 75위 (257.75야드) 그리고 올해는 115위(253.13야드)까지 추락했다.

슬럼프라고는 할 순 없지만 한때 고진영과 함께 대한민국 여자골프의 ‘원투 펀치’ 역할을 했던 김세영도 장타 순위가 밀리면서 우승 소식도 멀어졌다.
신인이었던 2015년 장타 10위(263.02야드)로 시작했던 김세영은 2016년 4위(272.33야드)까지 올랐다가 2017년 18위( 264.59야드)로 조금 물러났고 2018년부터 2021년까지도 장타 20위권에서 버티면서 성적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해 32위(265.42야드)로 조금 더 뒤처졌고 올해는 45위(264.71야드)로 장타 40위권에 머물러 있다.
김세영의 경우 처음 LPGA 투어에 진출했을 때와 비슷한 거리를 보내고 있지만 각국에서 몰려온 장타자들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장타 순위에서 밀렸다.
작년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다섯 차례 ‘톱10’을 포함해 25위 이내에 14번이나 들었던 김세영은 올해 6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은 한 번도 없이 가장 좋은 성적이 공동20위일 정도로 두드러진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장타력을 잃어버린 선수 중 최악의 해를 보낸 선수는 LPGA 투어에서 활약하다 지금은 국내 무대에서 뛰고 있는 장하나일 것이다.
KLPGA 투어에 복귀한 2017년 장하나의 드라이브샷 거리는 21위(251.00야드)였다. 이후 2018년 18위(247.63야드), 2019년 13위(246.80야드), 2020년 6위(248.25야드), 2021년 11위(245.78야드) 등의 장타력으로 KLPGA 현역 최다승인 20승 고지까지 밟았다. 하지만 지난 해 장하나의 장타 순위가 52위(236.90야드)로 하락하더니 올해는 순위에 올라 있는 선수들 중 최하위인 120위(206.21야드)까지 급하락했다.
갑자기 장타 능력을 상실한 장하나는 기권과 컷 탈락의 악순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출전으로 상금 319만 5000원을 받았는데, 작년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이후 무려 18번째 대회 만에 손에 쥔 상금이었다.
한 해 한 해가 지나면 한 살 한 살 더 먹듯 선수로써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고, 누구나 조금씩 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운명이겠지만, 문제는 장타력을 갖고 있던 선수가 갑자기 비거리가 줄어들면 멘탈까지 무너져버려 그 슬럼프를 탈출하기란 일반 선수보다 더욱 힘겨워하는 것 같다.
의외로 LPGA 투어에는 모 마틴(미국)처럼 짧은 비거리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선수들이 꽤 많듯, 버거리가 줄면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적응할 것이냐를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고 책임일 것이다.
오태식기자(ots@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