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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기

잘못된 골프 용어

by K. 그랜트 202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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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올" 대신 "포어"?

일본의 잔재인지도 모른채, 나는 어릴 적 손톱깍이를 써메끼리(‐きり)로, 젓가락을 와리바시(わりばし)로, 단무지를 다꽝(たくあん)으로 불렀고, 그게 당연했다. 모두들 그렇게 불렀으니까.

 

이 외에도 우리의 생활 속 곳곳에 배어버린 일본어식 잔재 용어는 시다바리, 가꾸, 가다, 가다와꾸, 가라, 가베, 가빠, 공구리, 구루마, 구리뿌, 기리까이, 기스, 기지, 나가리, 나와바리, 네지, 노가다, 노끼, 니뿌리, 닛빠, 다마, 다이, 덴죠, 시네루, 갸꾸, 오시, 시끼, 찌라시, 하리 등 셀 수 없이 많다.

 

더욱이 고객, 과세처럼 일본어식 단어가 더 고급스럽게 들리는 경우까지 있으니 말이다. 참, 난감하다.

심지어는 어릴 적 "쎄쎄쎄"가 일본어 "せっせっせ( 쎄)"에서 온것으로 원뜻은 "놀이,게임 등의 준비동작" 임을 알았을 때는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자, 이제 잘못된 골프 용어를 다루기 전에 간단히 한국 골프 역사를 잠시 짚고 가자.

15세기 무렵 스코틀랜드에서 기원된 골프는 대략 80여년 전 영국인들에 의해 원산 세관 안에서 6홀 골프 코스를 만들어 게임을 했던 것이 한국 골프의 시초이며,  1929년 서울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군자리 골프장이 개장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골프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오너가 아냐, 아너라고 해야지"
"볼이 뭐냐, 포어라고 해야 맞지"
"너나 그렇게 해"

 

골프 용어에는 이상한 영어식 표현이 많고, 틀린 표현이 오히려 더 올바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포어"라는 용어가 그렇다.  "포어" 하니깐 뭔가 어색하고 입에 붙지 않아 크게 내질러지지가 않는다. "볼[보~~~올]"이라고 외쳐야 제맛이 나니 참, 또 큰일이다. 

 

단어는 살아있는 유생물처럼 많은 사람이 쓸 수록 표준어로 허용되기도 하고 복수 표준어로 지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글은 한글끼리, 한자는 한자끼리가 묶는 규칙에 따라 "휴대전화기"가 표준어이지만, 실생활에서는 "휴대폰, 핸드폰"이 더 많이 쓰이는 까닭에 "휴대폰 또는 핸드폰"이 머지않아 복수 표준어가 될 날이 올 수도 있겠다싶다.

 

골프 용어도 이런 규칙에서 예외일리는 없다. "더블 파"가 영어식으로는 적확한 표현이지만 "양파"가 입에 착착 붙는 것도 사실이기에 슬며시 "양파"에 한 표를 던져보지만, 그렇다고치더라도 잘못된 용어와  올바른 용어는 짚고 넘어가자.   

 

[자주 사용하는 골프 용어]

잘못된 용어 올바른 용어
핸디 핸디캡
오너 아너
티박스 티잉 그라운드
티 업 시간 티 오프 시간

(친 볼이 사람쪽으로 갈때 외치는 말)
포어(fore)*
싸인  웨이브(wave)*
파 온 정규 온/레귤러 온
홀컵 홀 또는 컵
퍼팅 라이 퍼팅 라인
양파 더블 파
에바 쿼드러플 보기
컷 통과/탈락 예상 통과/탈락

 

fore 

  1. 형용사 전문 용어 (배비행기동물의) 앞부분에 위치한 (→aft, hind)
  2. 부사 (배나 비행기의) 앞쪽에[으로] (→aft)
  3. 부사 (조심해요,) 공 가요!(골프 칠 때 공이 나아가는 방향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경고)
  1. 명사 파도, 물결 (→tidal wave)
  2. 명사 (감정움직임의) 파도, (특정한 활동의) 급증 (→brainwave, heatwave)
  3. 동사 (손팔을) 흔들다
  4. 동사 손짓하다, (손을 흔들어) 가리키다

 

올바른 골프 용어를 쓰려고 온갖 노력을 다 했음에도 여전히 "웨이브"가, "포어"가 입에 붙지 않는다면, "싸인"을, "볼"을 써도 개인적으로는 무방하다는 생각이 든다. 웨이브든 싸인이든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마찬가지니. 그리고는 필드에서 여전히 모두가 "볼"을 외친다면 "볼"이 표준어가 될 수도 있겠다싶지만 "볼" 말고 뭐 더 적합한 우리말은 없을까? 

 

표를 정리하고 보니 올바른 골프 용어라고 하는 것들이 모조리 영어다. 일례로 '알레르기'를 '알러지/앨러지'가 표준어라고 표기하는 걸 보고 가슴이 팍팍했던 적도 있다. 표준어를 정함에 있어 고민의 결과라는 것이 겨우 영어식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방식이라는게 답답함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어 애찬론자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말 순화 노력은 절실해 보인다. 단순 영어식 표기가 표준어로 난무하지 않기를, 동시에 세종대왕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아름다운 우리말이 잘 살 수 있기를 바래본다. 

 

명백한 사실들...

  • 오랜 동안 사용해 온 잘못된 용어를 한 순간에 내칠 수는 없다.
  • 누구의 입에서든 그 단어는 착착 붙어야하고 쉬워야한다.
  • 영어식 표현 또는 외래어가 난무하니 우리말 순화 작업이 절실하다("쿼드러플 보기"는 우리말? 영어가 한국어는 아니잖아?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이해가 되고 입에도 착착 붙는 말인가?).

 

by K. 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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