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모이기만 해도 대화는 어느 새 골프로 넘어가고, 버스 정류장에서 맨손으로 스윙하는 모습도, 구석 모퉁이 담배를 피우면서도 골프 레슨을 하는 무리들을 보는 일은 흔하다.
골프를 한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과 소중한 하루를 보내고 또 그들에게는 내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적당한 운동이 별로 없어 등산을 가거나, 수영을 하거나, 걷거나 골프 밖에 없지, 그렇잖아. 골프는 하루 종일을 누군가와 함께 하는 운동이지, 4시간 이상 함께 걷고 소소한 얘기를 하면서 밥도 먹는데다 목욕까지도 하면서 스스로를 온전히 보여주는 운동은 골프 밖에는 없지."
또 누군가에게는 골프는 아직 다가가기 힘든 사치를 부린다는 것이다.
"근데 골프는 원래 운동이 안되잖아, 사실 돈도 많이 들고 그래서..또 환경 파괴의 주범이기도 하잖아."
오래전에는 나도 그랬던 것 같아. 운동 같지도 않은 골프를 하는 형을 보면서 사치를 떤다고 형과 입씨름하든 기억도 있어서 골프를 선뜻 시작하는 데는 사실 마음의 벽이 높았던 데는 주변에 가까운 골프연습장을 찾아야 할 것이고, 강습을 받아야 할 것이고, 비싼 골프 클럽을 사야할 것이고...또 시간과 비용 모든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거기다가 골프는 운동이 안된다라는 선입견도 있다. 이것 만으로 끝이 아니다. 필드 한 번 나가는 비용이 한달 용돈에 막먹는데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골프 의류도 몇 벌씩은 있어야 하고 골프화도 비싸서 꽤 부담이 된다.
그럼에도 골프 애호가들은 골프 칭찬에 입이 마르지 않는다.
"골프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광활한 녹색 잔디에서 쪼끄만한 공으로 수 백미터 멀리 있는 10cm 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구멍에다 넣은 게임은 골프 밖에 없거든. 게다가 시원하게 멀리 솓구치는 볼을 볼라치면 마음도 뻥 뚫리는 기분이야. 갑갑한 도시에 살면서 푸른 잔디를 맘껏 밟고 지인들과 얘기할 수 있는 골프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잖아. 이 나이에 좁은 당구장에서 짜장면 먹는 것 보다야 백배 낫지, 안 그래?"
자주 보지 못했던 친한 친구들이 자주 모이는 이유도 골프때문인 건 사실이다. 서울 한남동에 사는 친구는 주말 오전 스크린 때문에 먼 경기도 동탄까지 오곤 한다. 주말인데 아내 눈치가 보일테고, 아침 일찍 운전하느라 피곤할 테지만 종종 스크린 연습장에서 스크린을 치고는 밥을 먹는다. 친구를 만난다는 것도 즐거울 일이겠지만 그 친구는 누구보다 골프를 좋아하는 것이리라.
골프는 처음 입문이 어렵지, 일단 골프를 시작하니 더 잘하고 싶어 연습에 몰두하게 되었고, 스트레스를 무척이나 받으면서도 한편으로 즐기는 나를 보게 되었다. 골프를 시작하면서 그날 그날의 골프에 대한 느낌을 썼었고, 지금은 그 느낌을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어 티스토리에 글을 쓴다. 그리고 내 글이 골프로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야 생각만으로도 뿌듯하다.
똑바로 보내기 위해서 우선 아기가 걸음마를 넘어지고 넘어지면서 배우듯 엘보우도 앓아보고 갈비뼈에 금도 가보고 손바닥에는 셀 수 없는 물집을 터뜨려가며 좌우로 가든 볼이 가운데로 모여드는 과정을 내가 포기하지 않고 헤쳐나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골프를 한다는 건 실패에 부딪치고 헤쳐나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즐긴다는 것이다.
by K.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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