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놈의 몸뚱이
느림보 팬더, 천재 펑산산
1989년 광저우(廣州)에서 출생한 펑산산은 10세에 광둥성 청소년팀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펑산산의 부모님 모두 평범한 셀러리맨으로 부유하지 않았던 까닭에 연간 5000위안 골프장 회비 외에는 거의 쓰지 않았고, 펑산산의 아버지 역시 “집에서 특별히 신경 써 주지 못해 미안하다. 곁에 있어준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펑산산의 주변 친구들도 평소 펑산산이 긴장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대회 때에도 9~10시간을 잔다고 하며, 펑산산 스스로도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되면 나는 누구보다 먼저 호텔 방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투어에서 떠나 있는 동안 클럽을 잡지도 않았다"고 밝히기도 하는가 하면, LPGA 관계자들도 "펑산산은 대회가 없는 주에는 거의 연습을 안하고 대회를 앞두고는 레인지에서 잠깐 샷을 점검하는 것 같다"고 한다.
이렇듯 연습량이 정말 많지 않은 천재, 펑산산은 버젓이 중국 최초 LPGA 입단, 중국 최초 메이저 우승, 중국최초 세계 1위를 달성해 보였다.
망할 놈의 몸뚱이
펑산산이 팬더라면, 난 방아깨비다.
펑산산과 달리, 나는 어제는 찾아왔었던 그 분(감)이 오늘 아침에는 또 다시 어디론가 맘대로 가버려서 뛰뚱뛰뚱 걸어다니다 넘어질 것만 같은 방아깨비 같다. 연습을 매일 매일 죽으라하는데도 실력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몸 속에 숨어 있어도 너~~~무 오래 숨어 있다. 숨이 막힌다. 친구들이 "언젠가는 네 노력이 빛을 발할거야라"는 말도 좀 지긋지긋하다.
매일 매일 연습한 결과로 골프에 대한 스윙 분석, 골프 규칙에 대한 이해도 등은 거의 전문가 부럽지 않고, 사실 필드에 나가서도 골프 스윙이나 임팩트도 꽤 괜찮다(아니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체중 이동 없이도 80대 중반을 종종 쳤었다. 근데 지금은 그냥 백돌이가 돼버렸다. 이렇게 죽으라고 들인 시간과 지식은 어떻게 하라고???
머리를 굴려도 이해가 좀처러 되지를 않는다.
7번 아이언 기준으로 볼스피드 47m/s, 캐리거리 141m 정도로 절대 나쁘지 않다. 아니 아마추어 골퍼치고는 꽤 수준급이다.
아직도 여전히 백돌이인 것이 그냥 망할 놈의 몸뚱이라고 치부할까? 아니면 도약하기 위해 몸을 잔뜩 웅커리고 있는 중이니 조금만 더 참고노력하라고 해야 할까?
나는 대기만성이다
한동이만 더 넣으면 곧 물이 넘칠텐데? 하루만 더 참으면 곰이 인간이 될 텐데?
지금 그만 두면 지난 십여년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될 테고, 좀만 더 참고 연습을 하면 상급자로 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오늘 저녁부터 다시 맘을 잡고 기초체력과 골프 감각(기능적 연습이 아니라 전체적인 골프 감각 연습)을 키워야겠다. 그래 좀만 더 참고 믿어보자. 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
골프 때문에 나와 같은 희노애락에서 살고 있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내 글을 읽고 위안을 받기를 바란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만 쓰는 말이다. 포기하지 말자.
by K. 그랜트